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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어워드2020

SF어워드 2020 - 영상 부문 수상작 및 심사평


대상 [불면증 소년] 이연지

감독소개

[대표작] 불면증소년(2020)/ 슬리퍼(2011)

[수상] 2011년 코리아 웹 콘테스트 은상


작품소개

13살 미만 아이들의 꿈을 추출해 ‘진공포장’해 먹어야 제정신으로 살아갈 수 있는 세상. 아이들의 의무는 모두 제때 자고 꿈을 꿔 다음 날 아침 학교 5층에 마련된 흡착실에서 꿈을 내놓는 것이다. 그러나 주인공 테오는 밤만 되면 눈이 말똥말똥해진다. 꿈을 꾸지 못해 테오가 점점 문제아가 되어가는 와중 아이들의 꿈 총량을 결산하는 일명 ‘대결산의 날’이 다가온다.


우수상 [나 홀로 그대] 이상엽 (각본 류용재, 김환채, 최성준)

감독소개

[대표작] NETFLIX 나 홀로 그대(2020)/ TvN 반의 반(2020)/ TvN 아는 와이프(2018)/ MBC 미스터 백(2014)/ MBC 절정(2011)

[수상] 2011년 휴스턴국제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작품소개

안면인식 장애를 숨긴 채 외롭게 살아가는 소연, 그녀는 우연한 기회로 안경을 쓴 사람에게만 보이는 개인형 인공지능 홀로그램 ‘홀로’를 만난다. 소연은 다정하고 완벽한 ‘홀로’에게 닫힌 마음을 조금씩 열어가지만 안경의 주인이 나타나 ‘홀로’를 회수하려 한다. 그는 ‘홀로’와 똑같이 생긴, ‘홀로’의 개발자 난도다. 혼란스러운 상황을 받아들일 시간도 없이 난도와 소연은 홀로 글래스를 노리는 세력으로부터 쫓기고, ‘홀로’를 지키기 위한 그들의 여정이 시작된다. 그리고 ‘홀로’에게 숨겨진 비밀이 서서히 드러난다.


우수상 [실로암] 강구민

감독소개

[대표작] 바게트(2019)

[수상] 2020년 제18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선정작/ 2020년 제6회 서울국제음식영화제 한국단편경선상/ 2020년 제2회 평창국제평화영화제 초청/ 2019년 제19회 대한민국청소년영화제 대상


작품소개

눈앞에서 언니가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것을 바라봐야만 했던 미로. 산 너머 들리는 괴물의 울음소리를 따라 깊은 지하로 내려간다.



영상 부문 심사평




영상 부문 심사위원장
김봉석



  영상으로 만들어진 SF 작품을 찾아내기도 힘들었던 몇 년 전에 비하면, 이제 SF는 영상물에서도 확실하게 하나의 경향으로 자리 잡고 있다. 과학 상식이나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활용하여 상상력을 펼치는 것을 넘어서 사소한 아이디어를 과학적으로 증폭시키거나 때로는 판타지와 결합하여 기이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등 다양한 유형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상업 영화와 드라마에서도 SF 설정을 차용하는 작품들이 많아지는 것은 고무적이다. 좀비물 정도가 인기인 것은 한계라고 할 수 있지만, 점점 작품들이 많아지면 대중에게 익숙해지고 언젠가 눈을 사로잡는 작품도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의 영상부문 대상은 이연지 감독의 <불면증 소년>이다. 꿈을 먹지 않으면 사람들이 피폐해지는 세상. 아이들이 잠을 푹 자고, 그들이 꾼 꿈을 뽑아내서 공급해야만 한다. 설정은 <몬스터 주식회사>를 연상시키기도 하는데, 독창적이고 그림부터 ‘꿈’을 꾸게 만드는 기발하고 멋진 애니메이션이다. 우수상을 받은 강구민 감독의 <실로암>은 안정적인 화면이 상상력을 돋우는 단편이다. 인간과 괴물, 종말 이후의 세계에서 인간이 가는 길 등을 상징적으로 잘 그려냈다.


  우수상을 받은 류용재, 김환채 극본, 이상엽 연출의 <나 홀로 그대>는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SF 멜로물이다. 안면인식장애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관계를 맺는 일이 무척 힘든 소연은 우연히 ‘홀로’를 만난다. ‘홀로’는 안경을 쓰면, 그에게만 나타나는 인공지능이다. 홀로의 도움으로 현실의 관계를 새롭게 만들어가고, 홀로의 개발자인 난도와 만나기도 하는 등 과학적 상상력이 설정과 이야기의 전개에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동안 드라마에서 타임슬립이나 복제 등 SF 소재를 끌어가도 결국은 설정에만 개입되고 후반으로 갈수록 연관성이 멀어지는 것에 비하면 확실하게 발전했다. 앞으로 인공지능, 로봇과 안드로이드는 인간의 사랑과 섹스, 관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기에 독창적이고 진취적인 상상력으로 만들어지는 상업 드라마와 영화를 기대한다.


  본선 진출작인 이정하, 정지현 감독의 <남겨진 자들>은 설정에 맞는 특수분장과 효과를 열심히 잘 만들어 눈길을 끌었다. 설정을 기성 작품에서 끌어온 점은 아쉽지만 영상으로서의 SF를 보는 이유의 하나인 특수효과의 의미를 잘 보여주었다. 김수경, 조경욱 감독의 <맘-더 워스트 퍼니쉬먼트>는 여성문제를 독특한 상상력으로 연결시켜 아이러니와 반전을 잘 살렸다. 확장된 이야기도 충분히 가능한 아이디어다. 김상준 감독의 <바퀴돈다>는 현란한 영상이 인상적이었다. 독특하고 재미있었다.


  올해는 더욱 다양한 경향의 작품이 들어와 심사과정도 재미있었다. 다만 독특한 아이디어가 있어도 너무 전형적인 스토리로 흐르거나 결말이 흐지부지한 경우가 많았다. 끝까지 물고 늘어져 좋은 아이디어가 멋진 스토리로 발전하기를 바란다.






영상 부문 심사위원

김도훈



SF 영화, 특히 단편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역시나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장르적인 즐거움과 경이감을 관객들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짧은 러닝타임 속에서 잘 발현시키는 연출이 필요하다. 그건 하드 SF적인 아이디어가 될 수도 있고 인문학적인 아이디어가 될 수도 있다. 이번 SF 어워드에 출품된 작품들을 보면서 나는 좀 더 하드 SF적인 아이디어를 살려내는 작품들이 많기를 바랬던 것도 같다. 예선작 중에서는 이미 SF 장르의 팬이라면 익숙하고 고전적인 아이디어를 다시 들려주는 작품들이 많았는데, 그건 조금 아쉬운 일이라고 지적하고 넘어가도 괜찮을 것이다. 그럼에도 몇몇 작품들은 충분히 장르적으로 돋보이는 아이디어와 이야기를 선보였다. 


먼저 장편을 언급하자면, 넷플릭스 드라마 <나 홀로 그대>는 인공지능 비서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는 인공지능에 대한 너무나도 훌륭한 SF 장르 영화들을 지난 몇 년간 많이 목도해왔다. 스파이크 존즈의 <그녀>는 지금 현재 영화계가 내놓을 수 있는 가장 최상급의 인공지능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다. <나 홀로 그대>는 인공지능이라는 소재를 ‘K-드라마' 내러티브와 적절하게 버무려내고, 특정 소재에 대한 시청자들의 낯설음을 극복하고 대중적인 즐거움을 낚아채는 데 성공한다. 단편 부문에서는 애니메이션들의 완성도가 돋보였다. 

<불면증 소년>과 이미 시제스국제영화제 단편 부문을 수상한 바 있는 <바퀴 돈다>는 꿈을 저당 잡힌 채 현실에 발이 묶여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삶을 그려낸다는 점에서 서로 닮아 있다. 특히 <불면증 소년>은 어딘지 모르게 <핑크 플로이드의 더 월>을 연상케 하는 디스토피아적 이미지를 멋지게 구현해낸다. 


개인적으로 가장 작가의 미래를 기다리게 만들었던 영화는 단편 <실로암>이다. 석기 시대로 보이는 모호한 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녀가 괴물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지하 동굴로 들어갔다가 이미 파괴된 고등 문명의 흔적과 만나게 된다는 이야기다. SF적인 아이디어에 있어서 아주 독창적인 작품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적은 예산으로 묵시록적인 비주얼을 스크린에 구현하기 위해 <실로암>은 몇 가지 영화적 장치를 영리하게 활용한다. 과감하게 선택한 흑백 화면은 저예산의 단점을 훌륭하게 감추고, 버려진 옛 탄광을 활용한 듯한 무대는 관객의 상상력을 계속해서 자극한다. 겨우 7명의 스태프로 세련된 묵시록의 세계를 창조한 강구민 감독이 가까운 미래에 장편 영화를 만들어 관객들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영상 부문 심사위원
이소영



  본심작으로 선정된 <맘 – 더 워스트 퍼니쉬먼트>, <남겨진 자들>, <실로암>,<바퀴돈다>, <불면증 소년>,<나 홀로 그대>가 각각의 매력으로 최종 경쟁을 펼쳤다.

  유독, 단편 부분에서는 매력적인 애니메이션이 많아 즐거운 고민을 했다.



  <맘 – 더 워스트 퍼니쉬먼트>는 외계행성에서 자신의 아이를 학대하고 죽인 외계인이 지구에 와 엄마(맘)로 살아가며 형벌을 받는다는 이야기다.

애니메이션의 연출이나 색감은 거칠지만, 그 거침이 이야기와 딱 맞아떨어지며, 매력으로 다가왔다. 외계인이 존속 살인 후 재판을 받는 장면을 코믹하게 그린 것도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이 지구까지의 삶에서도 영향을 받는다는 면도.

고통의 윤회를 지구 밖까지 확장해 코믹하게 그려낸 재주라니! 놀라웠다!


  <바퀴돈다>는 뛰어난 완성도와 기묘하고 따뜻한 정서의 이야기로 개인적으로도 위로를 받은 단편 애니메이션이다.

  매일 똑같은 일상을 살아가는 전동차 기관사가 갑자기 멈춰진 철로에서 괴생명체의 습격을 받고 깨어나니 두꺼비로 변해있다. 승객들과 기관사 자신도. 

  기관사가 다른 차원으로 들어가 괴생명체 습격대를 찾으니, 그들은 인간의 영혼을 흡수하고 있었던 것. 기관사는 알게 된다. 유일하게 영혼을 건드리지 못한 사람은 기타나 튕튕 튕기며 허송세월하는 노숙자였다. 그에게는 자유가 있었다. 다시 일상이 돌아왔을 때, 기관사는 다른 존재가 되어 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낯선 세계로 갔다 돌아오는 어른을 위한 짧은 성장물, 아름답다.


  실사 단편인 <남겨진 자들>은 척박한 지구를 떠나 화성으로 간 친구에게, 지구에 남은 친구가 메시지를 보내는 것 형식이다. 이 두 여자친구는 각별한 사이 같다. 지구에 남은 친구의 얼굴은 망가졌고, 지구도 그렇다.

한정적인 예산 안에서도 탁월한 분장 기술을 보여준다. 이런 분장 기술은 도시의 거리를 주인공이 걸어가기만 해도 세기말의 지구를 표현하는 데 충분하다. 이런 면이 놀랍다. 여러 실사 단편들이 디스토피아적인 미래를 말하고 있었다. 이 단편 역시 그렇다. 그 안에서 이 작품이 빛이 나는 건, 독특한 정서가 있어서다.

  오리지널이 아닌 기성의 소설 작품에 어느 정도 영감을 받았다는 것이 아쉽지만, 그럼에도 앞으로 오리지널 아이디어를 쌓아둔다면 충분히 더 훌륭한 단편/장편 영화를 만들 팀이라고 생각한다. 이정하 감독을 주목한다. 그리고 이 팀을 주목한다.



  올해 장편은 작품이 많지 않았다. 아니, 편수를 말하는 게 아니다. SF는 많은데, SF적 매력이 있는가, 라는 질문에 대답하기 어려운 작품들이 많았다고 봐야겠다.

  개인적으로 이런 질문이 들었다. 웹툰 원작이 많았는데 ‘기발한 설정’이 ‘SF적인 매력’까지 도달하는 덕목은 무엇일까. <나 홀로 그대>는 그 대답을 줄 수 있는 작품이었다. 관계 드라마 중심이고 귀여운 로맨스가 섞여 있지만, 동시에 홀로그램과 미래라는 SF적 고민의 줄을 쭉 잡고 갔다. 그래서 유일한 장편 본심작이자 우수작으로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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